사장감과 참모감은 뭐가 다를까 — 창업 전에 확인할 다섯 가지
아이디어가 많다고 사장감이 아니다. 비전·추진력·사람·숫자·안전 감각 다섯 가지로 보면 내 자리가 어디인지 보인다.

"저 사람은 언젠가 나가서 뭔가 차린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나가서 잘되는 사람은 그 말을 듣던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가 많은 것과 회사를 굴리는 것은 다른 능력이기 때문이다.
창업이 필요로 하는 건 하나가 아니다
사장 자질을 하나짜리 스위치로 생각하면 판단이 어긋난다. 실제로 필요한 건 최소한 다섯 가지고, 이게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 비전 — 지금이 아니라 3년 뒤가 보이는 눈
- 추진력 — 생각을 오늘 행동으로 바꾸는 힘
- 사람 — 사람을 모으고 붙잡는 힘
- 숫자 — 돈의 흐름을 읽는 감각
- 안전 감각 — 위험을 미리 보고 피하는 눈
다섯 개를 다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사장감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내가 강한 두 개가 뭐고, 약한 걸 누구로 메꿀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아이디어가 많은 게 자질은 아니다
메모앱에 사업 아이디어가 열 개 넘게 쌓여 있는 사람이 있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이런 서비스 있으면 대박"을 말했고, 그중 하나는 2년 뒤 남이 만들어서 진짜 대박이 났다.
이건 비전이 강한 것이지 사장 자질이 완성된 게 아니다. 비전만 강하고 추진력이 약하면 5년 동안 아이디어만 쌓인다. 반대로 추진력만 강하고 비전이 약하면 열심히 잘못된 방향으로 달린다.
창업 초기의 대부분은 방향보다 굴리는 힘으로 결정된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보다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을 만드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착한 사장이 회사를 망하게 하는 이유
사람을 모으는 힘은 돈으로 못 사는 재능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이 안 떠나는 이유는 결국 사람이다.
그런데 이 재능만 강하고 숫자 감각이 약하면 위험하다.
- 성과 없는 직원을 정리하지 못한다
- 단가 협상에서 상대 사정을 먼저 봐준다
- 통장에서 돈이 새는 걸 늦게 안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의 상당수가 아이템이 아니라 현금이 떨어져서다. 사람을 잘 모으는 사장일수록 냉정한 숫자 담당을 반드시 옆에 앉혀야 하는 이유다.
안전 감각이 높은 건 부족한 게 아니다
"내 사업"이라는 말에 설레기보다 "내 돈이 나간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사람이 있다. 이건 겁이 많은 게 아니라 정확한 것이다.
자기 위험 감각을 모르는 채로 창업한 사람이 훨씬 많이 망한다. 안전 감각이 높은 사람은 회사 안에서 실력을 쌓고, 흔들려도 자기 일을 지키는 힘이 있다.
다만 한 가지 함정이 있다. 회사 밖에서 내 값을 매겨본 적이 없다는 것. 사장을 안 해도 되지만, 내 이름으로 만 원이라도 벌어보는 경험은 한 번 해볼 만하다. 그때 월급의 의미가 달라진다.
2인자가 대표보다 오래 남는다
가장 흔하면서 가장 저평가된 유형이 참모형이다. 대표가 흔들릴 때 옆에서 "선택지는 세 개입니다"라고 정리해주는 사람.
좋은 회사엔 반드시 이런 사람이 있고, 실제로 대표보다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너가 대표 하지 그래"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손사래를 친다.
이건 사장이 안 맞는 게 아니라 총대를 메는 연습이 안 된 것에 가깝다. 최종 결정을 계속 남한테 미루면 내 판단력이 남의 결정에 묶인다. 작은 프로젝트 하나라도 내 이름 걸고 해보면 그때 알게 된다.
동업이 깨지는 조합, 붙는 조합
능력치를 알면 누구와 일해야 하는지도 보인다.
붙는 조합은 서로의 빈칸을 메꾼다. 비전이 강한 사람과 추진력이 강한 사람, 사람을 모으는 사람과 숫자를 보는 사람. 한쪽이 그리면 한쪽이 만들고, 한쪽이 달리면 한쪽이 브레이크를 잡는다.
깨지는 조합은 같은 게 강하고 같은 게 약하다. 둘 다 비전만 강하면 회의만 길어지고 아무도 실행을 안 한다. 둘 다 안전 감각만 높으면 3년 동안 준비만 하다 끝난다.
동업 전에 서로의 능력치를 맞춰보는 게, 지분 얘기보다 먼저 할 일이다.
그래서 확인할 것
창업을 할지 말지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게 있다.
- 내가 강한 두 가지는 뭔가
- 내가 약한 것 중 치명적인 건 뭔가
- 그 약점을 메꿔줄 사람이 지금 곁에 있는가
세 번째 답이 없으면 아직 시작할 때가 아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게 아이템 찾기보다 어렵다.
내가 CEO 자질인가 테스트는 이 다섯 가지를 12문항으로 재서 여섯 유형 중 하나로 알려준다. 사장감인지 참모감인지, 아니면 월급이 정답인지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