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욕구가 터지기 직전이라면 — 나가야 할 때와 버텨야 할 때를 가르는 질문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신호지 결론이 아니다. 사람 때문인지 일 때문인지, 방전인지 불만인지 구분하는 법.

그만둔다는 말이 목 끝까지 와 있다. 오늘 한 번 참고 내일 또 참는데, 어느 날 감정이 터지면 정말 질러버릴 것 같다. 이 상태에서 제일 위험한 건 "참아라"도 아니고 "나가라"도 아니다. 왜 그런지 모른 채로 결정하는 것이다.
첫 번째 질문 — 사람인가 일인가
퇴사 욕구는 크게 둘로 갈린다.
사람 때문이면 상사나 동료가 바뀌면 해결된다. 같은 회사 다른 팀으로 옮겨도 된다. 이 경우 회사를 나가는 건 과잉 대응일 수 있다. 다음 회사에도 비슷한 사람은 있다.
일 때문이면 사람이 바뀌어도 안 나아진다. 일 자체가 안 맞거나, 성장이 멈췄거나, 방향이 틀렸다. 이 경우는 버텨도 해결이 안 된다.
구분법은 간단하다. 그 사람이 내일 없어진다고 상상해보라. 그래도 그만두고 싶으면 일이고, 다닐 만해지면 사람이다.
두 번째 질문 — 방전인가 불만인가
이건 더 중요하다. 그만두고 싶은데 알아볼 힘이 없다면, 그건 불만이 아니라 방전이다.
방전 상태의 특징은 이렇다. 이력서를 열었다가 그냥 닫는다. 주말엔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는다. 쉬어도 안 나아진다. 이 상태가 몇 달째다.
여기서 "이직 준비를 해야지"는 틀린 처방이다. 방전된 배터리로 이직 준비를 하면 이직도 못 하고 지금 일도 망친다. 회복이 먼저고 이직은 그다음이다. 휴가를 쓰든 병가를 쓰든 먼저 채워야 한다.
반면 불만 상태는 에너지가 있다. 화가 나고 답답하고 그래서 뭔가 하고 싶다. 이 에너지는 이직 준비에 쓸 수 있다.
세 번째 질문 — 지금 나가면 뭐가 남나
감정으로 낸 사직서는 대개 몇 달 뒤에 후회로 돌아온다. 이유는 하나다. 나갈 때 다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가기 전에 세 가지를 확인한다.
- 다음 자리가 있나 — 없으면 최소 3개월 생활비가 있나
- 여기서 가져갈 게 다 정리됐나 — 포트폴리오, 레퍼런스, 관계
- 나가는 이유가 다음 회사에서 반복되지 않나 — 반복될 거면 나가는 의미가 없다
셋 중 하나라도 아니면 아직 아니다. 나가겠다는 결정은 유지하되 시점을 미룬다.
유형마다 위험이 다르다
- 이미 짐 싼 사람 — 마음이 나간 상태로 오래 버틴다. 그 기간이 길수록 다음 준비도 못 하고 지금도 안 되는 시간만 쌓인다
- 내일 지르고 후회할 사람 — 계획 없이 나가면 다음이 더 힘들다. 하루만 재우는 게 답이다
- 조용히 이직 준비 중 — 혼자 다 준비하다 지친다. 두 개의 일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 티 안 내는 인내왕 — 참는 게 능력으로 오해받는다. 말하지 않으면 제일 힘든 몫이 계속 이쪽으로 온다
- 때를 기다리는 사람 — "때"의 기준이 없으면 그 때는 영원히 안 온다. 날짜나 숫자로 적어둬야 한다
버텨야 할 때
역설적으로, 버티는 게 맞는 경우도 있다. 나가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못 쓰겠을 때. 그냥 싫은 건 이유가 아니다. 이유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면 다음 회사에서 같은 지점에 걸린다.
그리고 나쁘지도 좋지도 않을 때. 이 상태가 제일 오래간다. 결정을 안 하는 것도 결정인데, 몇 년 뒤에 남는 게 뭔지 한 번은 계산해봐야 한다.
퇴사 욕구 지수 테스트는 12문항으로 지금 상태가 사람 때문인지 일 때문인지, 방전인지 불만인지를 가른다. 결과에 따라 처방이 다르다.